내 작품방/詩 마당

분꽃

은빛강 2013. 8. 7. 16:30

분꽃

 

귀밑머리 풀어서 쪽을 올리던

분꽃의 꿈을 들여다보다가

기억 저 너머 살고 있는

유년의 풍경에 안부를 묻는 한낮

 

소나기처럼 폭우로 내려앉는

도심의 매미 울음이

뜨거운 햇살 쌍 끌이 중이다

입추의 길을 트는 것인가

 

분꽃의 애잔한 뿌리로

폭염에 핀 열꽃 해열하던

신의 손길 스쳐 간 *박낮이다

 

하얀 하루가 지나가고

희끗한 조부모의 엷은 미소

손안에 쥐어 준 까만 분꽃 씨

유년의 말라리아가 널브러졌다

 

-시작노트

내 유년에는 말라리아가 창궐했다.

키니네를 먹고 열기에 떨다 깨어 난 하늘에

별이 사탕처럼 총총했다.

분꽃의 뿌리는 해열 작용을 돕는다.

분꽃의 꽃봉오리는 비녀처럼 생겼다.

*박낮-뜨겁게 달구어진 한낮을 의미하는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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