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귀밑머리 풀어서 쪽을 올리던
분꽃의 꿈을 들여다보다가
기억 저 너머 살고 있는
유년의 풍경에 안부를 묻는 한낮
소나기처럼 폭우로 내려앉는
도심의 매미 울음이
뜨거운 햇살 쌍 끌이 중이다
입추의 길을 트는 것인가
분꽃의 애잔한 뿌리로
폭염에 핀 열꽃 해열하던
신의 손길 스쳐 간 *박낮이다
하얀 하루가 지나가고
희끗한 조부모의 엷은 미소
손안에 쥐어 준 까만 분꽃 씨
유년의 말라리아가 널브러졌다
-시작노트
내 유년에는 말라리아가 창궐했다.
「키니네」를 먹고 열기에 떨다 깨어 난 하늘에
별이 사탕처럼 총총했다.
분꽃의 뿌리는 해열 작용을 돕는다.
분꽃의 꽃봉오리는 비녀처럼 생겼다.
*박낮-뜨겁게 달구어진 한낮을 의미하는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