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방/詩 마당

시장에 가면

은빛강 2006. 6. 1. 15:32

시장에가면

좌판위에 누워있는

고등어 자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뺀

고등어는

아예 편히 삶을 적선하는데

마른 북어 대가리는

말이 많다

잘 알지도 못하는

피카소의 후기를 논하며

퇴색한 환쟁이로 둔갑시키는 입들

배를 가른 고등어처럼

청,홍의 시대를

왕소금에 절여지듯 살았고

스페인 내란에

민족의 애환을 널브러진

살 위에 그려 낸

게르니카는

그의 고등어 자반이다

고호는 사후에 진가의 조명 받았고

그는 생전에 진명목을 드러냈다

그것이 무슨 대수인가

배를 가르는 고통과

삶을 사르는

명분이

대중에게 사고할 명제 남김이

중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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