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스크랩] [제6호 종이강에 그린 詩]아주 오래된 나를 만나고 / 박찬현

은빛강 2010. 7. 28. 00:42

 

 

 

 

 

       

 

 

 

 

 

 

         가끔 알 수 없는 덩어리 하나가

        가슴을 마구 뒹굴며 돌아다닐 때 마다

        적막 가운데 앉아서 쓰다듬어 내리고 있어

        먼 세월을 자맥질하여 건너 온 젓은 덩어리

        손끝에서 목 놓아 울고 있었지

        망각의 수건으로 물기 닦다보니

        운명조차도 가를 수 없었던 그리움 아니던가

        그것이 하도 아파서

        그것이 하도 소중해서

        온 몸으로 수혈 받았고

        온 몸의 혈액은 응고되어 혼절 해 버렸던

        주검이 되어, 바람이 되어

        시간의 포말을 타고 사라진 것들 

 

        아주 오래된 그림 속에서 잠든 영혼을 만나

        기억 속 들녘 쏘다니며 저리도록 아파서

        영 잊어야 했던 꿈의 터널을 걸었다 

 

        손에 들린 쑥부쟁이 한 다발

        그림 속에 다시 걸어 놓고

        돌아보는 창 너머

        오래된 나는 아주 멀리 떠나가고 있어

 

 

 

  

 

       

 

 

 

 

 

 

출처 : 한잔의 술과 함께
글쓴이 : 한잔의 술과 함께 원글보기
메모 : [제6호 종이강에 그린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