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제18호 종이강에 그린 詩]연꽃향-구석기-김종제

은빛강 2010. 8. 10. 16:31

[제18호 조이강에 그린 詩]

연꽃향

구석기-김종제

 

옛절 고운사
하룻날 내린 장대비로
긴 목만 남긴 채
물에 잠겼는데
진흙바닥에 묻힌
사리 한 알 떠오르더니
밤새 뿌리를 내리며
달빛의 싹이 트고
별빛의 잎이 돋고
새벽의 꽃이슬이 맺혔다  
몇 겁을 날아온 아침 햇살이
꽃봉오리를 꿰뚫는데
한순간에 터져나온 꽃향기가
허공을 깨뜨리자
입속으로
콧속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온
반야般若 같은 것이
온몸을 돌아다니며
썩어가는 살에
뻥뻥, 구멍을 뚫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