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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에서 사망한 아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 도보 순례중인 황상찬(56세)씨가 조치원 1번국도를 걸어가고 있다 |
‘군에서 억울하게 죽은 아들의 길을 따라서’라는 추모의 글귀를 배낭에 달고, 질주하는 차량사이를 걸어가는 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식을 가슴에 묻고 아들이 생전에 걸어갔을 길을 따라 분당에서부터 육군본부, 육군부사관학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아버지(황상찬, 56세)를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사연은 지난 2010년 2월 아들이 근무했던 포천 모 통신대의 혹한기훈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에 의하면 “아들(황재훈 하사, 23세)은 자대 전입 하자마자 3개월사이에 대대전술훈련과 한미대화력전지원 훈련, 혹한기 훈련을 계속해서 받았으며 심신이 최악의 상태가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아들은 훈련중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대대장 면담을 하였는데도 아무런 치료조차 없이 하루 동안 내무반에서 휴식만을 취하게 했다”며,“당시 아들은 훈련 중 악성뇌종양 초기 증세인 간질과 졸음증세, 극심한 두통과 시달림을 호소했을 터인데도 즉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초급하사로써 전입후 끝까지 훈련을 수행할 수밖에 없었을 당시 상황을 그는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부모가 면회를 가보니 그의 아들은 이미 정신이 혼미한데도 중대장은 ‘군대는 절차가 있습니다’라면서 근처 의무실로 보냈고, 대대장은 대답도 못하는 그의 아들에게 ‘괜챦냐’고 몇 마디 묻고는 나갔다고 한다.
이후 그의 아들은 의무실을 경유, 국군병원으로 갔고 상태가 악화되어 신촌연세의료원으로 후송이 되었다고 한다.
연세의료원에서 종양제거수술을 받고 5개월간을 병원에서 보냈으나, 결국 지난 2010년 7월 31일 부로 비전공상 통보와 함께 심신장애자로 강제 전역되었다고 한다.
끝내 그의 아들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전역후 60일만에 23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초급하사로 임용되기까지는 당연히 사전에 신체검사를 실시한다. 평소 건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군의 초급간부로 임용되었겠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종양이 군복무 중에 아주 단기간에 걸쳐 발병되었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비전공상 처리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외할아버지도 월남전에 참전하여 국가에 봉사했는데, 어린아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내가 바라는 것은 누구의 처벌이 아니라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공상 처리다"라며 "너무나 마음이 아파 회사를 휴직처리하고 이렇게 아들이 걸었을 길을 따라 걷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지난 21일 아들이 묻혀있는 분당 추모공원을 시발점으로 25일 현재 조치원 근방을 걸어가고 있으며, 28일에는 육군본부를 거쳐, 아들의 땀이 서린 부사관학교에 3월2일도착할 예정이다.
육군본부에 도착하면 그는 아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공상 심의 재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인데, 꽃다운 23살 황하사의 죽음에 국가는 어떻게 응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