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박찬현 된장 햇콩을 마른 장작불에 삶아 정직한 모습으로 빚어서 겨우내 수득한 곰팡이 꽃 정월에 간수를 걸러 낸 해수(海水) 항아리에 순명으로 층을 이루고 극기의 시간은 햇살 가득 품은 채 백 여일 지나 완전한 모습 갖추니 구도로 일궈 낸 햇살 정수이고 안주인 정성 가늠 짓는 가문의 잣대 .. 내 작품방/詩 마당 2015.11.09
입동-박찬현 입동 먼 곳에서 겨울이 오는 새벽 두 세상을 가르던 차폐 막 찬비가 처연히 내리고 노란 국화차를 다관에 앉히니 위로의 미소 머금은 벗의 따뜻함 기일 맞아 이승 찾은 내 아버지 향기 두 세상이 절망의 기로에 놓여 진홍빛 아픈 가슴 훑어 내리는 벗의 맑은 정 담긴 국화차 한 모금에 잠.. 내 작품방/詩 마당 2015.11.08
그대가 준 독배(獨不將軍) 그대가 준 독배(獨不將軍)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 그대의 독소 서린 심연은 타인의 마음 눈물로 적시고 그대 독소 절여진 혀는 타인의 뼛속 분쇄하니 유한의 권세 시간 지나면 죄업 천칭 무사히 넘지 못 하리 2015. 11. 5. 목 [이 세상은 영원한 갑도, 그에 아부하는 영원한 혀도 부.. 내 작품방/詩 마당 2015.11.05
감사(白骨難忘) 감사(白骨難忘) (친애하는 이규원 선생님에게 드리는 헌시) 양지의 담벼락에 등을 기대면 따사로움이 전신을 녹이고 먼 곳에 있을 이에게도 전하느니 그는 몹시도 마음이 따뜻하여 깊고도 드넓은 소우주를 가진 훈훈한 사람 벼랑 끝이나 세상 끝에서 올곧은 인정의 동아줄 건네 준 그러.. 내 작품방/詩 마당 2015.10.29
빛 속에서-박찬현 빛 속에서 해 저문 시간 등 하나 켜고 어둔 가슴 무릎 꿇고 앉아 정갈한 빛의 숨소리 경청한다. 날마다 내려앉는 먼지들 빛의 숨소리 가로질러 올 때 하얗게 털어내는 신 새벽 오래 갈무리했던 눈물 등 하나 켜둔 아래 뜨겁게 흐르고 2015. 10. 20. 내 작품방/詩 마당 2015.10.21
가을 화폭-박찬현 가을 화폭 여린 새 생명들이 척박한 세상에 나와 신록의 대지를 이루고 생명의 선물을 나누며 푸르른 창공 우러러 혹여 지은 죄 돌아보며 감사의 제(祭)를 올리니 산천은 붉음으로 타 올라 홀연히 마른 낙엽으로 흙으로 귀향하는 가을 아름다운 나목이 줄 서고 2015. 10. 17. 토 내 작품방/詩 마당 2015.10.17
시계추의 노고-박찬현 시계추의 노고 시계 점포를 지나다가 무심히 시야에 들어 온 시계들 세월의 공간을 많이도 지나왔을 모두의 시간 가운데 나의 시간은 지금 얼마나 남았을까 언젠가는 분명히 멈출 저 시계추 시간을 옮기느라 노고가 많다 나의 시간이 멈추는 날 수고로움을 덜고 평안히 쉬기를, 2015. 9. 30... 내 작품방/詩 마당 2015.09.30
무심(無心)-박찬현 무심(無心) 아무도 나를 크게 보거나 작게 보거나 깊이 생각지 않는다. 그저 홀로 심심한 바람에 흔들리고 구름 뒤쪽 햇살 그리워 할 뿐 그 어느 누구도 스쳐가는 물체라는 것에 사념의 꼬리를 잡지 않는다. 그저 홀로 바람결이다. 2015. 9. 30 내 작품방/詩 마당 201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