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무 겨울나무-2 설한풍 백지 위에 긴 팔을 뻗치고 선 겨울 나목의 가지 멧새들 이리저리 날아 자리를 옮겨 앉는 나무는 피곤하다 뿌리 내린 흙에서 수액 마중하던 시간도 현기증에 삭정이가 되고 메마른 거죽은 홀로 이고픈 눈 덮인 저 산야에 길게 누워 긴 수면 속 꿈길 무한 걷고픈 겨울새들..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2.16
나와 다른 사람들 나와 다른 사람들 나는 말 없는 사람을 좋아 합니다. 사람들도 말 없는 이를 좋아 합니다. 나는 마음이 따스한 사람을 좋아 합니다. 사람들도 그런 따스한 이를 좋아 합니다. 힘들 때 전화를 하면 “많이 지쳤구나,” 라고 대견스럽게 말하는 이가 좋습니다. 사람들도 진심으로 위로할 줄 ..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2.13
회포(懷抱)-박찬현 회포(懷抱) 겨울 강은 따스한 가슴 동여매고 출렁이며 흐르느니 파란 새벽이 자맥질 하는 낙동강 꿈 하나 곤히 잠든 얇은 물안개 너울거리는 가녀린 싸리나무 가지에 만개한 상화(霜花) 명주 도포자락 휘날리며 오실 정인 화선지 주야장천 펼치고 무릉도원 그리느니 鶴 한 쌍 날아가는 창..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2.13
전설이 된 그리움 전설이 된 그리움 어느 한 날 꿈결에 푸른 너울 내리고 고운 신부가 걸어오던 그 첫 사랑 세파에 휘청거리고 출렁임에 자맥질하던 인고는 적요하여 새벽이 된 침묵 여명 속에 일어나는 붉은 수줍음 알알이 오래 잊고 살아 온 그 첫 사랑 푸른 청춘은 갔지만 가슴에 아로새긴 그리움 찬 새..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2.11
장 담그는 날 장 담그는 날 양지 햇살이 노곤히 잠들고 솔가지 사이로 내려 온 바람 그네 타는 처마 밑 메주 창문 너머 그리움 고인 어느 村老의 눈자 위 곰삭힌 메주 속 주름진 골 무상한 세월 흐르고 볕 좋은 날에 먼 심해 왕소금 길어 와 긴 하루 재워 간수 후려내고 처마 밑 오랜 그리움 담는다. 간간..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2.08
겨울로 가는 흙의 노래 겨울로 가는 흙의 노래 - 박찬현 내 육신에 뿌리 내린 나무 가지 아득한 하늘 향해 기린처럼 긴 목을 바람결에 걸치고 나는 흔들리지 않을 흙이 되어 줏대 없는 겨울 나목을 안은 채 어둑한 하늘 아래 주검 되었지 모든 자양분을 다 주고도 그저 부족하다고 항변하는 나무들이 소요하며 일..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2.02
기도. 2 기도. 2 일상을 고운 채에 내리면 향기로운 노래 님 향하여 올려 보는 행간 기뻤던 시간과 감사했던 시간들 엮어서 감미로운 행복의 향연 님으로 부터 사랑을 호흡하게 되었고 사랑 하나 혈관을 타고 사랑 모두 동맥으로 방출되는 그 숭고한 흠숭을 알게 된 것이다 일상을 고운 채에 내리..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1.30
침묵 침묵 많은 사연을 차곡차곡 깊은 항아리에 담아서 곰삮혀 낸 하많은 가슴들 달 뜬 밤 별 하나 빈 하늘 길게 사선을 긋는 밤 서늘한 가슴들 하늘로 오른다 그곳에 별빛 따라 오신 분 빛 하나 있어 뭇별조차 모여든 상서로운 침묵이었다고 빈자로 오신 분께서 침묵이니 오래 삮혀 둔 ..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1.25
꿈 꿈 햇살 가득 찬 홍옥 사과 한 알 베어 물고 오수에 든 날 한들 바람에 기분 좋게 마르던 뽀송한 꿈 하나 그 유년의 아름답던 날, 사진-김욱 작가 LOTTE 2012 Oct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1.25
섬 섬 그 섬에서 종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티첼리 팔짱 낀 비너스의 복숭아 빛 미소 미켈란젤로 발목 잡고 있는 지옥으로 내려간 주검들 라파엘로가 아테네 학당을 휘돌고 가는 그림자 끝에 디오게네스가 계단에 걸터 앉은 천연색 시네라마 펄럭이는 그 섬에 청춘이 발 돋움 하여 천장을 .. 내 작품방/詩 마당 201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