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저녁---마종기 진달래가 피우려다 피우려다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서운함만 남기고 가버릴 봄에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캄보디아 저녁---------------------------------마종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15
[스크랩] 직립의 이유 직립의 이유 김종제 꽃 피우기 위해서는 허공을 뚫으며 대가 올라와야 하듯이 열매 맺기 위해서는 공중을 가르며 가지를 내뻗어야 하듯이 바닥을 딛고 생의 허리를 곧추 세워야 할 이유가 있다 삶이란 발기勃起하는 것이다 살갗이 팽팽해지는 것이다 뼈가 꼿꼿해지는 것이다 치유로 벌떡 일으켜 세우..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13
[스크랩] 금낭화 금낭화 김종제 기꺼이 목숨 던져 금낭화 핀다 오롯이 몸 바쳐서 금낭화 핀다 절벽에 부딪히고 강물에 빠져 눈 멀어버렸네 귀 먹어버렸네 희고도 붉은 마음 꽃 차례 차례 총총히 매달려 손목을 함께 묶지 아니하려면 사랑하지 마라 발목을 함께 묻지 아니하려면 사랑하지 마라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13
[스크랩] 모악母岳 어미란 씨를 받아 자궁에 품고 있다가 배를 가르며 세상밖으로 내어놓는 큰산이다 예전에 엄뫼였는데 모악이라고 하는 산이 있다 아기 안고있는 어미다 산기슭에 앉혀놓은 교회 십자가도 보이고 산자락에 세워놓은 성당의 종소리도 들리고 산봉우리에 눕혀놓은 산사의 향내도 맡을 수 있다 배가 고..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11
딸에게--김용화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딸에게 김용화 너는 지상에서 가장 쓸쓸한 사내에게 날아온 천상의 선녀가 하룻밤 잠자리에 떨어뜨리고 간 한 떨기의 꽃 -시집『감꽃 피는 마을』(시와시학사, 1997) -사진 : 다음 이미지 ------------------------------------------------------ 5월 가정의 달에 도종환 시..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08
[스크랩] 새벽 새벽 구석기 김종제 나비 한 마리 고목에 붙어서 밤새도록 날개를 흔들고 있다 어제 타고 남은 재를 온몸의 부채로 살려놓고 허공을 불지르고 있다 매캐한 어둠의 연기에 눈물 흘리는 동안 불이 확 붙어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산자락으로 강가로 흙속으로 물속으로 불이 번져가는..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07
지하철 안에서--柏堂 김기진 지하철 안에서 柏堂 김기진 쏠려오는 무게가 무직하다 고단을 삭히며 내일을 만나고 있겠지 어께 내어주며 가만히 지켜 주었다 나 내리고 나면그의 옆자리 그도 기꺼이 어께 내어줄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06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햇빛이 말을 걸다 권대웅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05
[스크랩] 꽃밥 얼어붙은 들녘 걷어낸 봄에 꽃 싫다는 사람 있을까 허기져 쓰러진 저녁 부축하는 손에 밥 싫다는 사람 있을까 무쇠솥에 쌀을 넣고 장작을 때는데 솥안의 쌀들이 꽃을 만들고 있다 잘 익은 가운데 밥을 주걱으로 퍼서 한 그릇 담아주는데 꽃밥이다 오늘도 당신의 노동으로 목숨 이어가는 것이니 그저 ..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04
[스크랩] 복기復棋 단수單手의 바람에 뺏기고 대마大馬의 소나기에 잡혀서 투료投了처럼 꽃지는 生을 복기하자고 이름만 남아있는 육신을 꿰맞추고 있다 눈과 입은 어느 들녘에 떨어져있었다 손과 발은 어느 산등성이에서 썩고있었다 뜨거웠던 가슴은 물속에 가라앉았는지 찾을 수 없었다 살과 뼈를 묶어 낙화落花라..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