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저녁-윤제림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사람의 저녁 -윤제림 내가 가도 되는데 그가 간다. 그가 남아도 되는데 내가 남았다. -시집『그는 걸어서 온다』(문학동네, 2008) -사진 : 다음 이미지 -------------------------------------------------------- 너와 나의 경계가 없다 시간적 선후가 있을 뿐 연기론에서는 말..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7.09
나를 버리는 연습 -좋은문학 편지에서 나를 버리는 연습 가끔씩 나를 버리러 간다. 가능한한 멀리간다. 가능하면 좀더 밝은 곳으로 간다. 될수있으면 좀더 높은 곳으로 가능하다면 가장 깨끗한 곳으로 그곳에 가서 나는 나의 어두운 성격과 나의 낮은 희망과 나의 더러운 생각들을 모두다 버리고 온다. 될수있으면 가장 먼곳에, 그리고 가능..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7.05
[스크랩] 꽃담 유월에는 돌을 바위를 쇠를 걷어내고 꽃을 심어야겠다 역병 같은 철조망을 뜯어내고 맹독 같은 전깃줄을 잘라내고 꽃으로 담벼락을 세워야겠다 수국의 담을 세우고 장미의 국경을 만들고 백리향과 만병초로 북방한계선을 그어야겠다 옥잠화와 원추리와 패랭이로 남방한계선을 정해야겠다 꽃들은 잘..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7.02
물소리를 듣다-나희덕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물소리를 듣다 나희덕 우리가 싸운 것도 모르고 큰애가 자다 일어나 눈 비비며 화장실 간다 뒤척이던 그가 돌아누운 등을 향해 말한다 당신...... 자? ...... 저 소리 좀 들어봐...... 녀석 오줌 누는 소리 좀 들어봐....... 기운차고....... 오래 누고......... 저렇도..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30
나사-김창제 나사 -김창제 내 마음에 박혀있는 나사 조이면 조일수록 단단해지는 힘이다 산이 푸르름을 당기고 하늘이 구름을 당기도 꽃이 아름다움을 당기고 서로가 서로를 조으며 매양 오른쪽을 겨냥하면서 당기고 있다 세월에 헐거워진 사랑을 조으고 조금 행복한 일상을 조으고 그리운 곳으로 추억을 당긴다 ..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28
훈련 --- 박남수 햇살 위의 고요가 생명으로 걷고 있지만 오늘은 가슴 속에 뚫린 강으로 초록빛 소요가 일렁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 실타래처럼 감긴 세상일들 햇살 한 줄 뚝 끊으면 황망한 공간이 가로지르는 것을... 이제 혼자서 가는 일을 해야 합니다. 행복하세요. 설록 훈련 ---------------------------- 박남수 ..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22
어제의 바람은 그치고-김명수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어제의 바람은 그치고 -김명수 어제의 바람은 그치고 오늘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어제의 바람은 꽃잎을 지게하고 오늘의 바람은 나뭇잎을 흔든다 비바람 속의 흔들리는 나무여 비바람 속에 흔들리는 초목이여 우리의 오늘도 우리의 역사도 무엇이 다르랴 풍..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19
북어 ---최승호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17
방광에 고인 그리움 ---권 혁 웅 방광에 고인 그리움 ---------------------------- 권 혁 웅 서울시 성북구 삼선동 산 302번지 우리 집은 십이지장쯤 되는 곳에 있었지 저녁이면 어머니는 소화되지 않은 채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귀가하곤 했네 당신 몸만한 화장품 가방을 끌고, 새까맣게 탄 게 쓸개즙을 뒤집어 쓴 거 같았네 야채나 생선을 실..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15
화답--구석기김종제 화답 구석기김종제 낡은 산사의 툇마루에 앉았는데 몇 백 년 전에 당신에게 보낸 서간의 답을 받지 못했다고 새 한 마리 날아와 재촉하고 있었다 후박나뭇잎 하나 꺾어 흙으로 먹을 갈고 검지로 붓을 들었다 글 하나 쓰는데 해가 진다 몇 글자 쓰지 않았는데 일주문 닫는 법고 소리가 요란하다 마지막 .. 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2010.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