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詩하늘 詩편지 133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지상에서의 며칠 나태주 때 절은 종이 창문 흐릿한 달빛 한 줌이었다가 바람 부는 들판의 키 큰 미루나무 잔가지 흔드는 바람이었다가 차마 소낙비일 수 있었을까? 겨우 옷자락이나 머리칼 적시는 이슬비였다가 기약 없이 찾아든 바닷가 민박집 문지방까..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밤, 몰운대에서-채명석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밤, 몰운대에서 채명석 하루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싶다면 마음에 의자 하나를 놓고 그곳에 가보라 물컹물컹한 어둠에 입을 맞추고 사랑하듯 오랫동안 숨을 멈춰보라 켜켜이 쌓인 모랫뻘 울음과 질긴 목숨의 흔..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소식 이성선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시집『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세계사, 2000) -사진 : 다음 이미지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이원규 자욱한 먼지를 일으키며 산모퉁이 돌아오는 시골 막버스처럼 오기 전엔 도대체 알 수 없는 전화벨처럼 오는가 마침내 사랑은 청천하늘의 마른번개로 온다 와서 다짜고짜 마음의 방전을 일으킨다 들녘 한복판에 벼락 맞은 채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밤 언덕에 올라 김세웅 기러기가 날으듯 별이 줄지어 날으는 밤입니다 지상에서도, 불빛이 떼 지어 줄 지어 멀리멀리 떠나가는 밤입니다 오늘은 밤 언덕에 올라 멀리 보이는 마을의 불을 바라봅니다. 줄을 잇는 불빛이 너무 아름답기에 나는 아직 사는 것..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산수유, 화염나비 떼 정윤천 구례 산동 마을에 소방서도 없이 대책도 없이 산수유, 화염나비 떼 켜켜이 개켜두었던 방 안의 것에서부터 벽장에 가둬놓았던 은밀함까지 들고 나와 흔들리며 흔들리며 널어대기 시작하는 널다가 널다가 지칠 만큼이나 널어버..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안개 당신 김왕노 안개란 당신, 있으나 잡으면 잡히지 않는 안개라는 당신, 모두가 돌아간 밤, 세상에서 안개로 피어오르는 당신, 끝없이 자욱한 당신, 안으면 한없이 안겨오나 실체가 없는 당신, 안개라는 당신, 당신이 길을 막고 시야를 가려도 원망할 수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탱자나무 여인숙 서규정 가시가 가시를 알아보듯 상처는 상처를 먼저 알아보지 맨살을 처음 감싸던 붕대가 기저귀이듯 쓰러져 누운 폐선 한 척의 기저귀를 마저 갈아주겠다고 파도가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그 바닷가엔 탱자무로 둘러쳐진 여인숙이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