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111

[제21호 종이강에 그린 詩]생일선물-곽우희

[제21호 종이강에 그린 詩] 생일선물 곽우희 아첨과 간사함에 무딘 탓으로 때때로 손해를 보았지만 가끔은 믿음도 쌓았다 너즐너즐 사랑소리 못해도 사랑한다 내 며느리 ! 모처럼 얼마만에 낮 뜨겁도록 하고픈 말 수고도 고생도 많았다 내 집에 와 - 조그만한 시어미 성의 보이는 것보단 보이지 않는 실..

[제20호 종이강에 그린 詩]나무송-조미나

[제20호 종이강에 그린 詩] 나무송 조미나 나무들 춤사위 사이로 내가 외치는 말은 초록빛 물결아, 가지마라 단풍으로 물이 들면 오색 빛아 가지마라 하얀 눈이 쌓이면 나를 감싸는 마음의 솜이불 되어주는, 겨울 찬바람에도 사랑스런 나무들이 속삭임을 나는 들을 수 있다. 나무와 같이 사랑이 그러하..

[제19호 종이강에 그린 詩]2004조치원-변재열

[제19호 종이강에 그린 詩] 2004조치원 변재열 갑신년 조치원은 원숭이 재주만큼이나 이리 띄고 저리 뛰는 주민의 한 해였다 행정수도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설레이는 가슴도 잠시 울분의 시간으로 밤잠도 설쳐야했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미워할 겨를도 없이 땅을 쳐도 하늘에 울부짓어도 멍든 가슴..

[제18호 종이강에 그린 詩]연꽃향-구석기-김종제

[제18호 조이강에 그린 詩] 연꽃향 구석기-김종제 옛절 고운사 하룻날 내린 장대비로 긴 목만 남긴 채 물에 잠겼는데 진흙바닥에 묻힌 사리 한 알 떠오르더니 밤새 뿌리를 내리며 달빛의 싹이 트고 별빛의 잎이 돋고 새벽의 꽃이슬이 맺혔다 몇 겁을 날아온 아침 햇살이 꽃봉오리를 꿰뚫는데 한순간에 ..

[제17호 종이강에 그린 詩]處 暑/시골길.84-안명호

[제17호 종이강에 그린 詩] 處 暑-시골길.84 안명호 처서의 문턱에 천지가 서늘해 지기 시작하며 매가 새잡기 쉴하다는 절기 하늘은 높푸르러 맑고 논벼가 익어가는 처서 들녁의 햇살은 따갑게 여물고 있다 「건너와 보니 절터」란 말이 맞나 이토록 거짓없는 흙에 살며 등에 허물이 벗도록 가꾼 터전에..

[16호 종이강에 그린 詩]瑞山 장터/29-김순일

[16호 종이강에 그린 詩] 瑞山 장터/29 -골목집 닭발 김순일 비가 억수로 내린다 골목집 창문을 때리는 여름비의 아우성을 죽이며 쇠주를 한 잔 마시고 창자속 어지럽게 헤치던 그 닯발을 으드득 으드득 깨문다 세상을 헤치고 헤쳐 얼마나 많은 검불더미를 헤쳐 가야 보살을 만나게 될까 억수로 내리는 ..

[제15호 종이강에 그린 詩]달빛 한 스푼-최 건

[제15호 종이강에 그린 詩] 달빛 한 스푼 -19번 국도변 원호덕 마을. 31- 최 건 어느 날 밤 파이프 담배 피워 물고 문밖으로 나와 푸른 연기 빨아 안개 만들며* 마주보고 있노라니 삼동에서 풀려나려면 아직 초입도 멀었는데 향초를 태워 봄을 소진시키느냐** 꾸짖더니만 대신 이거나 들여마셔 오장육부 말..

[제14호 종이강에 그린 詩]신비의 새벽-故 박명용 시인

[제14호 종이강에 그린 詩] 신비의 새벽 故 박명용 시인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립니다 보이지 않았던 조그만 것들의 모습도 눈에 새롭게 들어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동안 나에겐 새벽이 없었나 봅니다 뒤늦게 맞이한 신새벽이 너무 신비하여 눈물부터 납니다 그래서 새벽마다 ..

[제13호 종이강에 그린 詩] 닿고 싶은 곳-최문자

[제13호 종이강에 그린 詩] 닿고 싶은 곳 최문자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서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땅으로 내려온다. 새처럼 죽기 위하여 내려온다. 허공에 떴던 삶을 다 데리고 내려온다. 종종거..

[제12호 종이강에 그린 詩]白 蓮-구 상

[제12호 종이강에 그린 詩] 白 蓮 구 상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고 모르게 솟아난 白蓮 한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은 맺어 놓고야 이제 피울래야 피울길 없는 白蓮 한 송이 왼밤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 머슴들이 너를 꺾어간다고손 나는 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