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111

[제55호 종이강에 그린 詩]-회전하는 고독-최인찬

[제55호 종이강에 그린 詩] 회전하는 고독 최인찬 하늘만 보다가 헝클어진 머리칼이 너를 그리고 안으로 침몰하는 무게 말을 잊어 지키던 동공에 억지로 빛나던 눈물 겹 접고 접어둔 아픔이 승화 할 길을 잃고 그림자까지 태워버린 모두들... 자리해야 할 뇌리의 동우리엔 허구(虛構) 일기장 주름잡힌 ..

[제54호 종이강에 그린 詩]-생일상 앞에서-양치중

[제54호 종이강에 그린 詩] 생일상 앞에서 양치중 긴 장마 사이 따가운 햇살이 어머님인듯 동창 열고 들어와서 아침 밥상 앞에 앉으니 눈부십니다 먼 곳 자식들 일요일에 다녀가고 아내와 단 둘이 손바닥만한 찻상 위에 미역국과 밥 한 그릇씩 배추김치만으로 맞은 나의 예순 세 번째 생일입니다 생일 ..

[제53호 종이강에 그린 詩]-어머님의 염원(念願)-양치중

[제53호 종이강에 그린 詩] 어머님의 염원(念願) 양치중 여든 다섯 되신 마음 젊은 어머님은 자식 손자 무병장수가 소원, 깡마르고 쪼글한 가슴팍 깊숙히 꽉 들어차서 시내버스 번갈아 타시고 무등산 자락 증심사를 무던히도 찾으신다 촛불을 켜고 합장하시고 백팔배 절을 하시고

[제52호 종이강에 그린 詩]-감나무 집-조인자

[제52호 종이강에 그린 詩] 감나무 집 조인자 얼핏 보면 주홍의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것 같은데 선운사 감나무들 십이월에도 열매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산야에 눈은 내려 열두 폭 세한도 그림 속인데 열매반 매달고 춥고 배고픈 새들을 기다리는 감나무집 세찬 눈바람에도 열매 떨어지지 않게 ..

[제51호 종이강에 그린 詩]-한 줌의 밥을-전재성-제노비아

[제51호 종이강에 그린 詩] 한 줌의 밥을 전재성-제노비아 삶의 즐거움 중 무시 못할 식욕 때문에 뜻 없이 시계만 보다가 때 이른 식간食間에 어린애 되어 한 줌의 밥을 안고 행복감에 젖어진다 밑 바닥에 깔린 밥그릇이 아쉽기만 하는데 너무도 꿀맛 같아 씹는 것도 잊는다 허기진 공간이 아득하여 고..

[제49 종이강에 그린 詩]-집안集安 단상. 2 -박명용

[제49 종이강에 그린 詩] 집안集安 단상. 2 -압록강 철교에서 박명용 두 량의 객차가 힘겹게 철교를 건너온다 승객 서너 명이 무표정하게 몇 번 손을 내젓다가 슬그머니 내린다 늦여름 햇살이 열차 바퀴에서 눈부시게 바져 나온다 열차가 통과한 후에도 햇살 줄기는 길게 늘어서 있다 그 위로 내 마음이 ..

[제48호 종이강에 그린 詩]-집안集安 단상.1-박명용

[제48호 종이강에 그린 詩] 집안集安 단상.1 -노상주점에서 박명용 한 마디 말이 그렇게 따뜻한 건 처음이다 초라한 차림새 억센 북쪽 사투리면 어던가 내 고향 경상도 울진을 생각하여 당장 손해를 보면서도 아들 하나를 조선족 학교에 보냈다는 문씨의 피묻은 말 한잔 술도 사양하고 동정도 거절하는 ..

[제 47호 종이강에 그린 詩]-아들에게 1-최은혜

[제 4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아들에게 1 -효도 관광 최은혜 평생에 해외여행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이 엄마를 메콩 강으로 초대해 주어 참으로 고맙구나 하늘에 떠 있는 구름 너무 아름다워 그 아름다운 구름 속에 아들 모습 찾아보지만 눈물로 티켓만 자르고 물 먹듯 마시는 눈물 이야기도 모두 눈물이 ..

[제46호 종이강에 그린 詩]-노랑나비-최문자

[제46호 종이강에 그린 詩] 노랑나비 최문자 사랑은 내게 마지막 남은 들판이다 아직도 노랑나비 비릿한 속삭임으로 꽉 차있다. 들판에 서면 물결 같기도 하고 눈물 같기도한 노랑나비가 들풀의 정갱이에서 글썽이고있던 들판이다. 울지도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날아가던 노랑나비 들판. 사랑의 문..

[제45호 종이강에 그린 詩]어디에 씨를 뿌리랴-오완영

[제4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어디에 씨를 뿌리랴 [교사의 기도 중에서] 오완영 교육은 씨를 뿌리는 일입니다 인생의 봄을 위해 마음 밭에 씨르 부리는 일입니다 우리릐 미래에 씨를 부리는 일입니다 이른 봄 씨 뿌리는 농부의 모습에는 경건한 꿈이 서려 있습니다 뿌린 만큼 거두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