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111

[제67호 종이강에 그린詩]-후르츠 캔디 버스--박상수

[제67호 종이강에 그린 詩] 후르츠 캔디 버스 -박상수 당신과 버스에 오른다 텅 빈 버스의 출렁임을 따라 창은 열리고 3월의 벌써 익은 햇빛이 전해오던 구름의 모양, 바람의 온도 당신은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던 타인이어서 낯선 정류장의 문이 열릴 때마다 눈빛을 건네 보지만 가로수와 가로수의 배웅..

[제66호 종이강에 그린 詩]-소를 웃긴 꽃-윤희상

[제66호 종이강에 그린 詩] 소를 웃긴 꽃 -윤희상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 밑에서 마침 꽃이 핀 것이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

[제6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섬-유 현 숙

[제65호 종이강에 그린 詩] 섬 -유 현 숙 지하노래방, 그 한 평 반의 조명 속에다 젊은 날의 노역을 메들리로 부려놓고 휘적휘적 계단을 오른다 그리움에 지쳐서…울다 지쳐서…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다 꽃숭어리 같던 내 청춘도 수탈 당했다 송별회도 끝나고, 꽃잎들 흩날리고, 이 계단을 다 올라서..

[제64호 종이강에 그린 詩] - 가을 이 오는 소리 - 글 / 한 재 서

[제64호 종이강에 그린 詩] - 가을 이 오는 소리 - 글 / 한 재 서 가을은 파아란 하늘 가로 온다. 선들 선들 바람을 타고온다. 여인의 둔부를 닮은 능금의 엉덩이를 빨갛게 물들이며 온다. 억새꽃이 한들거리는 틈새 사이로 사르락 소리를 내며 온다. 감나무에는 빨간 홍시를 걸어놓고 석류알을 톡톡 턱이..

[제63호 종이강에 그린 詩]-언어의 중요성-박찬현

[제63호 종이강에 그린 詩] 언어의 중요성 박찬현 봄날에 핀 꽃이 24세를 일기로 가을 꽃 피다가 졌다 3월 1일에 군복무중인 곳에서 [우울증이 심한 것 같으니 면회를 요청] 가족들은 기쁜 마음으로 달려 갔으나 이미 위험수위를 넘기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를 했다. 이 못다핀 꽃은 가족에 의..

[제62호 종이강에 그린 詩]-소래 포구 행-권효남

[제62호 종이강에 그린 詩] 소래 포구 행 권효남 아이처럼 손 곱아 기다리던 날 탈탈탈탈 두 칸짜리 수인선은 육지배 알맞은 파도와 봉창까지 한 훈훈한 인정따라 내린 소리포구엔 타다 남은 환상의 조각들 비릿한 갯바람이 코향기를 신선케 해 오랜만에 걷는 철길엔 피란의 아픈 추억과 아지랭이로 피..

[제60호 종이강에 그린 詩]-연잎-성기조

[제60호 종이강에 그린 詩] 연잎 성기조 달빛을 받고 있는 연 이파리 그 위에 시 한 수 적으리 적고 나서 읊으리 시 한 수 읊는 소리에 풀벌레가 깨어 달빛을 쏘아 보네. [시집-아침 뻐꾸기] 중에서 성기조 시인님 연보 -시인, 작가, 평론가, 문학박사 -한국교원대 교수 (정년) -시짐, 창작집, 에세이집, 평..

[제56호 종이강에 그린 詩]-그리움 파도에 적시고-최인찬

[제56호 종이강에 그린 詩] 그리움 파도에 적시고 최인찬 태양의 뜨거운 눈빛 받아 전신으로 몸살을 앓으며 허물 벗어내는 소복 앞에서 제 자리 지켜내던 인형 같은 부끄러움이 단숨에 살아 올라 풍선 속처럼 가물거리다가 마음으로 내통한 밀어가 되어 눈동자 속을 살며시 빠져나간다 옷자락 만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