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을 창가에두고/종이강에 그린 詩 111

[제11호 종이강에 그린 詩]수박-김종제

[제11호 종이강에 그린 詩] 수박 김종제 박힌 손과 발에서 흘러내린 핏방울을 얻어 묵정밭에 심어놓고 발 끊은지 몇 날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데 폭우 쏟아지고 햇살 뜨거워진 뒤에 찾아가보니 땅위에 커다란 말씀 같은 열매가 올라왔다 그 몸을 갈라보니 속살이 붉었다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면서 숟가..

[제10호 종이강에 그린 詩] 영원과 하루

[제10호 종이강에 그린 詩] 한국의 가톨릭 신학교는 사회의 일반대학 4년을 마치고 육신과 영혼이 함께 천주의 품 안으로 들어가는 입문과정의 시작이다. 카토릭 신학교는7년 과정이며 사고 없이 졸업하는 7학년에 비로서 사제 서품을 받고 성직자로서의 일생을 시작하게 된다.(회화동 신학교)owp ..........

[제9호 종이강에 그린 詩]錦江. 12-남락현

[제9호 종이강에 그린 詩] 錦江. 12 남락현 그것들은 숫자가 적을 때에는 죽은듯이 흐른다 낮은 자세 더욱 낮추고 되도록이면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숨어 흐른다 흐르다가 그나마 마음들이 흩어져 갈라서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고 멈칫거리다가 햇살에 부서지기도 하고. [시집 - 江을 사이에 두고-1989 대교..

[제8호 종이강에 그린 詩]原色의 잠-윤석산

[제8호 종이강에 그린 詩] 原色의 잠-윤석산 마른 풀잎티 몰려온다 잠 속으로 죽은 말 하나가 뛰어든다 세멘 마당에 엎질러진 물끼, 혹은 어둠 속에 하얗게 박혀버린 자갈돌 하얗게 죽어버린 사내들이 마른 육체를 불사른다 몰켜오는 풀잎 마다엔 꺼지지 않는 램프 심지를 밟으며 달려나가는 수천 두의..

[제7호 종이강에 그린 詩]참매미-박용래

[제7호 종이강에 그린 詩] 참매미 박용래 어디선가 原木 켜는 소리 夕陽에 原木 켜는 소리 같은 참매미 오동나무 잎새에 나 스몄는가 골마루 끝에나 스몄는가 누님의 반짇고리 골무만한 참매미 [박용래 시집/白髮의 꽃대궁/1979.11.25-문학예술사]에서 발췌 박용래 시인 연보- -1925년 강경 출생 -1944년 조선..

[제5호-종이강에 그린 詩] 늙지 않는 귀-이탄

[제5호-종이강에 그린 詩] 늙지 않는 귀 이탄 차들이 분주한 거리에서 닭 우는 소리를 들었네. 버스 정거장 근처 소년 시절의 닭들이 모여와 풀잎을 뜯고 있었네. 그 닭이야 뭐 알겠나, 이 나이 되도록 핀잔이나 받는 걸. 그날밤 꿈에서, 달빛을 감아안고 부서지는 파도 앞에서 여전히 소년인 나의 귀와 ..

[제4호 종이강에 그린 詩]-한여름 소나기/박찬현

[제4호 종이강에 그린 詩] 한여름 소나기 박찬현 더위가 굵은 터치로 안료에 나뒹구는 곳 고호의 삼나무가 일렁이며 별무리 이끌고 도시에 선 하늘 손가락이 뭉갠 그사이로 한 줄기 우뢰 산머루 알갱이 부서져 내리는 빗방울 들 더위가 심연의 강 속으로 잠시 들어 가버린 한낮 목 줄기가 시원해진 북한..

[제3호 종이강에 그린 詩]-이영지 옥수수와 참외의 여름

[제3호 종이강에 그린 詩] 옥수수와 참외의 여름 - 새벽기도 1832 옥수수 참외참외 여름이 익는 밤이 참 참외 익혀가며 한낮을 걸어오자 내 산은 지금마악 한차앙 익어들고 마음은 한창 익어가 불러들인 강물에 강물에 한강물이 하안창 불어나며 가슴에 들이밀며 발목에 감아들며 커다란 부피로 들며 들..

[제 2호 종이강에 그린 詩]-꽃절/구석기-김종제

[제 2호 종이강에 그린 詩] 꽃절 구석기-김종제 진흙위에 주춧돌을 얹어놓고 나무기둥을 세워 단청한 기와지붕의 절 하나 지었는데 큰비 지나간 뒤에 찾아가니 물위의 연꽃 한 송이 절 한 채 숨겨놓고 있어 꽃살문을 열고 들어서니 부처의 살점이 햇살에 뚝뚝 떨어져나고 있었다 물속으로 가라앉은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