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 수건 그대 머리에서 발끝까지 지치고 젖은 시간 말끔히 끌어안고 한 줄기 기쁨 주는 시간 내 안의 두터운 속내를 말갛게 헹구는 일 오랜 세월 찌든 습관은 그대 매일의 노고로 땀에 흠뻑 젖은 얼굴과 지친 마음 닦아 주는 일 그대 고단한 일상이 참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29
낙엽의 사색 낙엽의 사색 77년의 생을 마감하는 어느 망자의 부고 앞에 여명 이고 선 노인이 "아직 젊구먼" 떨 켜 층에서 밀려 난 낙엽은 늘 희망이다 한 계절 지나 돋아 날 연두 빛 생명 있으므로 -시작노트- 장례 안내 게시 대 앞에서 어느 연로하신 분이 망자의 나이를 보시고 '아직 젊다.'고 하셨다. ..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24
마음의 밥 마음의 밥 마음이 몹시 허기진 날 햇살 넉넉히 마신다 폐부 깊숙이 모세혈관 까지 햇살이 들어차니 뇌 속 가로질러 큰 깃을 젖는 학(鶴) 동공에 하늘이 흐른다 오늘의 껍질을 벗고 내일의 새 순이 돋아 공손한 태엽 감는 시간 맑아진 마음 여며 입는 호젓한 영혼 -시작노트- 육신은 밥으로 ..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22
용서 용서 용서하지 못한 영혼들을 망각의 숲에 버려둔 채 가끔 불쑥 생각나는 그들 아직 꺼지지 않은 분노의 불꽃이 활개를 치며 타오를 때 내 몸도 타오르며 몹시 아프다 한 주간동안 한 명씩 골 깊은 미움과 마음을 조아린 뒤 뜨거운 눈물에 헹궈 배웅 하는 토닥임 그 시간 여백을 당신께 내..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20
저무는 날 저무는 날 흐르는 바람 속에서 일렁이는 갈대숲에서 그리움 하나 자맥질합니다. 비루한 시간 사르고 맑은 주단을 펼쳐 저무는 날에 따듯한 빛을 영접합니다. 보고 만질 수 없었던 뜨거운 빛 가운데서 어둡고 낡은 옷을 벗습니다. 저무는 날 손 내민 그리움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18
가을 하늘 가을 하늘 쪽빛 짙게 여울진 당신의 정원 한 자락에 낮달 홀로 유영하는 지금 그 하늘이 땅으로 내려 와 푸른 호수 하나 그렸네 지친 세상 치유하는 그곳은 푸른 자비였네 푸른 연민이었네 온 세상이 쪽빛 하늘로 물들었네, 온 누리가 쪽빛 데칼코마니 되었네,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16
길 길 봄비에 흩어진 꽃길은 이 세상으로 산책 가는 길 가을비에 흩어진 낙엽 길은 저 세상 문 멀찍이 두고 하염없이 나를 씻는 길 누구나 저 홀로 왔다가 저 홀로 가는 세상의 길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15
가을 강 가을 강 뜨거운 여름에 그을린 하 많은 자국 지우려 가을 강으로 갑니다 겸손한 은빛 억새 스치고 정결한 달빛 젖어 출렁이는 청아한 바람 자유로운 강 텅 빈 가슴이 되어 여명에 따스한 빛 한 아름 품고 돌아오는 길 하얀 시간 걸쳐 놓아 보는 가을 강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12
정돈 정돈 여울진 그림자 속에 무한 출렁이려던 금(禁)줄과 시간 다듬던 노고의 땀 그 열화의 불꽃 타 오르고 희노애락 위에 남은 재 잔 폭으로 기워진 옷을 벗으려 하니 들러붙은 하 많은 업보 두둑하네,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려 구도자 시간되어 벗으리라 항구하게 벗으리라 무거운 절망..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0.09
마지막을 위한 기도 마지막을 위한 기도 떠날 때는 청빈하게 하소서 떠나기 위해 정결하게 하소서 떠나는 시간 순명하게 하소서 욕망에서 자유롭고 굴레에서 자유롭고 진리에서 자유롭게 하소서 바람보다 먼저 오신 빛 지나간 시간들 속에 이미 존재한 사랑 그 빛을 그리워합니다. -시작 노트- 예수회 소속 ..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