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날에 눈이 내리는 날에 하얀 눈이 내리는 이 겨울에 늘 조심스런 신을 신고 늘 돌아보는 시각으로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시간 마디에 조심과 겸손을 채우겠습니다. 혹, 방심하여 넘어져 바스러진 뼈들이 무고한 핏줄과 살들을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13, 12, 30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2.30
마지막 시간이듯 마지막 시간이듯 과거의 나쁜 기억에 얽매여 있는 자아는 나쁜 기억을 준 이와 계속 화해하지 못하고 썩고 있는 시간에 잠겨 있었습니다. 가장 평안한 침묵 가운데서 나에게 칩거한 나쁜 기억을 씻어 냅니다. 과거의 시간에 안배 된 모든 잘못들은 누구에게나 자리한 이기적 세균이기에요..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2.21
서설(瑞雪) 서설(瑞雪) 모든 시간을 의지대로 살겠다며 매일을 기워 낸 시간들 그 의지대로 산 흔적에 기쁨 한 조각 없는 누더기 바람처럼 사라진 시간의 후미를 바라보며 얇은 수의(壽衣) 한 벌 입고 성찰하는 곳에 하얀 서설(瑞雪)이 내렸다. 내 안의 독소를 없애고 내 안의 높은 자존 낮추고 내 안..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2.17
12월 12월 해 묵은 모든 짐들을 내려놓은 들녘에 고요가 흐르고 삭혀진 삶의 이끼 위로 빛이 내립니다. 빛은 생명이 되어 긴 동면(冬眠) 속에서 연두 빛 잉태한 채 푸른 꿈을 꿉니다. 한 해 끄트머리 성찰의 시간여며 입고서,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2.02
마음의 문 마음의 문 이탄(李炭) 시인은 "한 마리의 새가 한 나뭇가지에 앉아서 한 나무가 다할 때까지 앉아 있는 새를 이따금 마음속에서 본다." -詩集 「옮겨 앉지 않는 새」중에서- 이제는 낯선 창호지를 밀어 내고 유리창 너머로 쏟아져 내려앉는 저녁 햇살들의 종종 걸음을 보며 '옮겨 앉지 않는..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1.25
영원으로 가는 길 영원으로 가는 길 흐르는 것이 일제히 멈추면 기쁨도 슬픔도 석고상이 됩니다. 따뜻한 온기가 차갑게 식으면 사랑도 미움도 가랑잎이 됩니다. 그러나 선한 마음과 자비로운 마음은 명멸하지 않고 은하수의 별이 됩니다. 영원히 -시작 노트- 측은지심을 가진 이는 분명 자애로운 사람입니..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1.20
꿈꾸는 밤 꿈꾸는 밤 저문 하늘 옷깃을 털고 있는 갈대숲 사이로 별들이 총총하다 무심히 잊어버린 얼굴 하나 둘 뭇 별이 되었고 처량하게 웃지만 함초롬히 옛 기억은 살아 전설이 된 청춘의 겨울 바다로 이끄는 초저녁 별 그 뭇별들 모여 밤하늘 은하수 흘러도 좋으리라 그곳에 작은 별 하나로 겨..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1.14
입동 입동 입동이 오면 하얀 중환자실 열고 붉은 능선 따라서 물안개 밟으며 가랑잎 되어 떠나 간 내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혹독한 슬픔에 소슬바람 잡고 흔들리던 시간 가을날 숲 속으로 황혼이 붉게 물들더니 빛 한 줄기 일렁입니다. 따스함 여며 입은 그리움이 명주 빛 손 흔드는 아련한 미..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1.06
오해 오해 "오해로는 만나지 마세" 故조병화 시인님의 「남남」詩 한 구절이다. "오해로는 만나지 마세" 늘 입안에서 뒹구는 구절 오해를 하는 이와의 만남은 아픔이기에 침묵으로 시간을 조율한다. 그 또한 지나 갈 것이고 잊혀 질 것이기에 오해는 결국 삭혀진 인내를 낳고 침묵의 수련을 질..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1.03
이성의 고뇌 이성의 고뇌 머리와 가슴과 교전 중이다. 생각의 틈바구니로 날렵하게 쳐들어 온 교만이 마음의 문에 빗장을 걸었다. 어느 하 세월에 이성이 마음으로 들어 가 사랑을 깨달을까. 내 작품방/詩 마당 2013.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