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 노환 설록 박 찬 현 어둠 속에서 태동하던 여명이 먼 바다에서 걸어오고 시침 층간에 찾아오던 육신의 좀 벌레가 척추를 헤집고 관절을 허물고 허기진 노령의 식탁에 앉아 회색 시간을 즐기는 만찬 젖은 바다에서 걸어 온 햇빛 귀밑머리 하얗게 탈색한 곳으로 걸어 들어 가 버린 햇살 여행 흔적 유유히.. 내 작품방/詩 마당 2010.01.28
겨울 비-2 겨울 비-2 설록- 박 찬 현 노랑머리 아내가 러시아로 사라진 피골상접한 병든 남자의 퀭한 눈자위 그리움 그 위에 비가 내리고 타르코프스키가 향수를 쓸 동안 비는 내렸었고 붕괴된 아이티인 마음에도 차가운 비가 내리고 직계 가족을 떠나보내던 이들 가슴에도 서러운 비는 내렸고 잔디가 뿌리 내리.. 내 작품방/詩 마당 2010.01.24
겨울에 내리는 비-아이티 재앙 겨울에 내리는 비 (아이티 지진에 즈음하여) 설록 박 찬 현 지표가 경련을 일으키고 폭동과 생사가 아우성쳐대는 비루한 삶의 먼지 섞인 겨울비가 골목마다 널브러져 잠든 눈 더미 위로 내리고 세상 반대 편 가슴을 쓸어내리는 상잔의 사슬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머니 속으로 손을 질러 넣은 채 잠든 세.. 내 작품방/詩 마당 2010.01.20
겨울 한나절 겨울 한나절 설록 박 찬 현 베란다 창틀에 매달린 말간 고드름 속에 세한의 북녘이 살고 망각 된 유년 한 뼘 살고 밤새 도심을 얼리던 바람 눈 더미 푹 뒤집어쓰고 깊은 잠들어 코를 고는 자동차의 삐죽 나온 한 쪽 발 동장군이 걸어 간 흔적 위로 아련한 유년이 만든 뚱보 눈사람 고드름 속 세월을 사랑.. 내 작품방/詩 마당 2010.01.17
병상에 계시는 분들을 위한 마음 병상에 계시는 분들을 위한 마음 설록 박찬현 젖은 눈송이가 쌓일 수록 눈 더미 속에서 어둠을 봅니다 젖은 눈송이가 쌓일 수록 나무가지는 눈 더미에 찢어집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따르는 이에게는 무거운 눈 더미 같은 무거운 십자가 같은 어둠을 줍니다 그 어둡고 캄캄한 속에서 침묵을 입고 또.. 내 작품방/詩 마당 2010.01.11
경인년 경인년 설록 박찬현 반도 위에 누운 백호 등 쪽에서 떠오른 눈부시게 빛나는 양기 포효하며 즈려밟은 자국 백두에서 한라를 잇는 청상(淸爽) 가슴으로 마시고 아침 호반 위 내려놓은 곳 연무사이로 번득이는 일점 백호 눈동자 한반도가 움직인다 내 작품방/詩 마당 2010.01.06
송년 송년 乙丑年을 보내며 설록 박 찬 현 커다란 눈을 꾸벅거리며 긴 햇살을 둘둘 말아서 등에 지고 뚜벅 뚜벅 걸어가는 얕은 산등성이 위 누렁이 그 발자국그림자 따라 나서는 길 그렇게 한 해의 시간들이 이제 사라지는 산등성이 누렁이의 선하고 맑은 눈 호수가 되어 고요 한 곳에 일장춘몽마저 내려놓.. 내 작품방/詩 마당 2009.12.28
이반이 살던 마을 이반이 살던 마을 설록 박 찬 현 自高自大한 이들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無量世界 재고 있는 바보 이반이 떠난 마을 버겁게 눈금자를 걸머지고 낮은 언덕을 넘는 이들 이슬 내리면 어둠을 덮고 누울 내일 뿐 나도 너도 아닌 누군가 살아 온 자국 재고 있겠지 회귀 본능, 귀소본능, 생명체에 부합한 단.. 내 작품방/詩 마당 2009.12.17
세월 배웅 세월 배웅 설록 박 찬 현 노을 진 황혼이 아름다운 것은 이슬을 밟고 중천을 건너 떫은 감을 아름 안은 채 귀가하는 발걸음 걸음이다 반투명한 홍시가 익어가는 것 떫음의 불협화음을 편히 벗었기에 한 아름 홍시 닮은 노을은 시간의 마디를 잘라 낸 풍경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 내 작품방/詩 마당 2009.12.05
야상곡-1 두물머리 사진: 남궁 경-알베르또 신부님 야상곡-1 설록 박 찬 현 엽록소 탈취 된 나뭇잎 함께 고갈된 수분의 육신은 마른기침 비릿하게 골목 구석마다 흥건해 신열 오른 내 영혼 흉부를 도려 낸 고통을 망각 한 채 겨울비 속을 쏘다니며 저승 문을 부여잡고 오라비 애끓는 亡父歌 재가 된 베옷이 진혼.. 내 작품방/詩 마당 200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