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語) 말(言語) 하 많은 말의 주검들 배를 뒤집고 떠내려간다. 세상 이곳저곳 뒤집으며 순한 영혼들 혼란 속 절명 양심 포장하던 비루한 말도 그 한 생 지나고 타인의 영혼을 날카롭게 도려내던 날선 언어 온 몸이 가시투성인 채 세월의 강에 둥둥 떠간다 더러 참회의 강줄기를 향해 거슬러 오르..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5.13
새벽 비 새벽 비 우유 빛 여명 젖어들어 간밤의 어둠 훔치는 시각 살아 온 흔적들 빗물에 녹아 물방울로 처마에 흔들리다 풍경 되어 은은하게 낙수하는 새벽 낮과 밤의 시간을 기워 한 벌의 망각 여며 입고 무거운 생각 내려놓는 새벽 비 내리는 공간 촉촉한 초록 잎새들 사이로 평온한 바람 한 줄..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5.10
여정 여정 왕소금 흠뻑 후려 맞은 날 내 안에 살던 가라지들 죽고 풀무질 도가니에 달궈 진 날 무지몽매한 시간들 녹여낸다 깊은 상처는 새살 돋게 하고 세상 고난은 쓴맛을 기억 한다 왕소금에 자신을 내어주었기에 발효 된 젓갈로 태어나고 대장장이 망치질과 담금질에 농부의 소중한 연장..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5.07
생명의 소리 생명의 소리 바람이 나뭇가지에 앉는 소리 흙 사이 발가락 손가락 뻗는 새순 그 뿌리들 움직임 소리 그늘 자국 흘리며 지평선 너머로 상심 없이 걸어가는 석양 소리 그 위로 구름 걸터앉는 소리 삼라만상 호흡 고르는 소리 그 불협화음이 상생하는 선상 아리아가 세상으로 흐른다.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5.04
봄꽃 시집가던 날 봄꽃 시집가던 날 봄날은 짧은 꿈속에서 성장 통 앓고 깨어나 신록 향한 문 열이 시간 연분홍 옷깃 여며 입고 청실홍실 곱게 매듭지어 하늘과 땅이 축복하던 날 꽃비 장엄하게 회귀하는 풍경 천지간 화관족두리 쓴 새색시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꽃가마 꽃 떨잠 눈물처럼 흔들리고 화혼(花..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4.29
중생(衆生) 중생(衆生) 뿌연 새벽 수덕(修德) 공양(供養) 조심 다한 발길 귀속하는 한나절 치마 팔락이며 짊어지고 내려 온 염불 속사정 옮겨 앉지 않은 죄의 덩어리 교만 가득하니 도루아미 타불이네 윤회에서 탈하고자 일일마다 공 드리는 생 물색없는 심사(心思) 수덕 할 일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4.27
봄비 내리던 날 봄비 내리던 날 적요한 한나절 동안 봄 풍경을 흔들며 요령처럼 내리는 소슬비 봄비 듬뿍 젖은 보도 소식은 휘청거리는 삶의 부채에 치여 50대 부부가 절명했다는 요즘 짧은 미래의 두려움 세상사 줄거리들 오한 섞인 우울한 너울로 내리고 한 뼘 시간도 말갛게 늘 수인(修因)의 심정으로 ..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4.24
청보리 밭 청 보리밭 꽃잎 분분히 흩날리는 봄날에 낮달 하나 띄우고 출렁이는 풀잎 색 바다를 항해 청춘의 꿈은 푸르고 기도하는 노래도 푸르고 염원의 돛이 바람에 나부끼는 향수 일렁이는 청 보리밭 생명이 흐르고 영원이 흐르는 구도의 터전 쪽빛 하늘 내려 와 은하를 덫 칠 하는 청 보리밭의 ..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4.22
흔적 흔적 칠흑 어둠을 건너가는 길 삶에서 삶으로 옮겨 가는 일 오래 지우지 못했던 얼룩진 흔적들이 여명 아래 중화 되고 그 시간을 또한 영원히 잊지 못 하여 기억 저편에 남겨 두는 것 그 신 새벽은 코끝 싸한 그리움이 바람 되어 시간의 강을 품고 있어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4.19
대지(大地) 대지(大地) 햇살이 흙으로 수혈되는 이른 아침 이랑을 토닥이고 한 알의 열매도 내지 못한 저주 받은 돌 무화과나무 그 뿌리를 지나 고귀한 잉태의 시간을 품고 대지의 심장소리에 태동하는 이제 막 눈뜬 생명들 옹알이 봄에 흙은 삼라만상 부활로 태어남이 저 홀로가 아닌 자비로운 방생.. 내 작품방/詩 마당 2013.04.18